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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힘을 바짝 주고 투박한 손으로 뭔가를 조물조물 거리는 모습이 꽤나 진지하다.
서산시 예천동 종합사회복지관 뒤편에 위치한 서산시장애인보호작업장(대표 이기남)에서는 오늘도 30여명의 장애인들이 모여 공동작업에 여념이 없다.
이들이 요즘 주로 하는 일은 안전모 내피 조립과 수도관 연결부 조립, 그리고 이엠활성액을 이용한 비누 만들기다.
안전모에 들어가는 내피는 하루에 3000개를 조립한다. 개당 40원이 남으니까 일당 12만원이다. 수도관 연결부 조립은 개당 10원이 남는데 이 역시 하루에 3000개를 조립, 3만원을 버는 셈이다.
이엠(EM ; Effective Microorganisms)은 소독 및 악취제거에 효과적인 유용미생물로 1970년대 일본에서 개발됐다.
이엠은 효모와 유산균, 광합성균 등 80여 가지 미생물을 배양한 물질로 PH 3 ~ 4정도의 산성을 띠지만 쇠를 부식시키지 않고 항산화작용을 통해 오염정화, 악취제거, 부패방지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서는 이엠을 이용해 미용비누와 빨래비누, 가루비누를 만든다. 미용비누는 3개들이 한 묶음이 7000원, 빨래비누는 개당 800원, 3㎏들이 가루비누는 6800원이다.
이렇게 열심히 조립하고 끼우고 만들어서 판매해 얻는 수익금은 한 달에 400만원 남짓. 이곳에서는 이 돈을 다시 이들 장애인들에게 나눠주고 적성검사를 실시해 직업훈련, 취업지도, 사회적응을 돕는다.
이기남 대표는 “비록 적은 금액이지만 매달 꼬박꼬박 월급봉투를 손에 쥐어주면서 재활의지를 복 돋워 주고 있다.”며 “생산품 구매는 물론 일거리나 자원봉사, 후원 등 무엇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으니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또 “최근 이엠활성액이 구제역 예방 및 매몰지 사후처리에 효과적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문의전화가 쇄도하고 있다.”며 “과학적으로 입증되지는 않았지만 주문량이 크게 늘면서 원료인 폐식용유와 쌀뜨물이 모자라 안정적인 공급처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쌀뜨물로는 미용비누를, 폐식용유로는 빨래비누와 가루비누를 만들기 때문이다.
윤병상 복지과장은 “이윤창출도 중요하겠지만 이들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우리도 사회의 한 구성원’이라는 소속감, 그리고 지속적인 일자리 일 것”이라며 “며칠 전 방문했을 때 사무실은 하얀 입김이 나는데 반해 작업장은 따뜻하고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며 이곳의 밝은 미래를 직감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