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쌀 생산 농민들이 미곡종합처리장(RPC)의 농사용 전기요금 적용약속을 지켜줄 것을 요구하는 청원을 국회에 제출해 처리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7일 오전 문병완 농협RPC운영전국협의회장 등 쌀 생산 농민 29만 7,558명은 박완주, 양승조, 노영민, 김승남, 유성엽, 최규성, 전정희, 김동완, 박수현, 김재원, 한기호 등 10명의 의원소개로 RPC에 농사용 전기요금적용을 골자로 ‘전기사업법’ 개정촉구 기자회견과 주민청원을 제출했다.
이들은 정부가 올해 쌀 관세화로 시장을 전면 개방함에 따라 2011년 한·미FTA 보완대책으로 여·야가 합의했던 RPC 도정시설에 대해 농사용 전기요금 적용을 즉각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한·미FTA 보완대책 논의 당시 여·야는 피해농민들의 보호를 위해 ▲RPC 도정시설 ▲산지유통센터 선별·포장·가공시설 ▲굴껍질처리장 ▲수산물산지거점유통센터 ▲가축분뇨처리시설에 대해 농사용 전기를 적용키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듬해 정부의 보완대책에서 쌀이 FTA 미개방 품목이라는 이유로 합의안을 무시하고 RPC 도정시설을 농사용 전기 적용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농민들은 청원에서 형평성을 강조하고 있다. 굴 껍질 처리시설은 되고 벼 껍질을 벗기는 도정시설은 안 된다는 정부와 한국전력공사의 논리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으로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학계 역시 쌀의 도정과정이 가공보다는 생산과정의 일환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가 쌀 도정을 제조로 분류해 산업용 전기요금을 적용하는 것은 벼를 백미로 전환해도 쌀의 성분이나 형태에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무리라는 논리다.
한국표준산업분류에서도 제조업은 원재료에 물리적·화학적 작용을 가해 성질이 다른 새로운 제품으로 전환시키는 산업 활동으로 정의해 도정시설에 농사용 전기적용이 타당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RPC 시설별로 분리해 전기요금을 부과하는 방법도 개선이 제기되고 있다. 한전은 건조 및 저온저장시설에는 농사용을, 도정시설을 포함한 나머지 시설은 산업용 전기요금을 적용하고 있다.
차상락 천안 성환농협조합장은 “정부가 잠을 자는 안방과 음식을 조리하는 주방의 전기요금을 다르게 적용하는 꼴”이라며 “하나의 시설을 이원화해 전기요금을 부과하는 비정상의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생산자단체 RPC 도정시설의 농사용 전기요금 청원이 받아들여지면 전국 농업법인과 농협 등 181곳에서 연간 121억 원의 전기료가 절감될 것으로 예측되지만 산업통상자원부는 특혜소지가 있다며 이를 거부하고 있다.
박완주 의원은 “생산자단체 RPC는 국내 쌀의 42%를 위탁받아 판매하는 등 정부가 담당하던 추곡수매를 대신하는 필수 인프라이다”며 “더 이상 농민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말고 국가의 책임지는 태도를 보여 달라”고 개선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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